[서평] 친절한 복희씨

친절한 복희씨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완서 (문학과지성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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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설가 '박완서'씨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꼴지에게 보내는 갈채'라든지 MBC 모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등의 책들을 읽어보고 난 후 나의 정서와 맞지 않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모르지만 교훈을 주는 도덕적인 류의 이야기들은 읽으면 거부감이 들거든요. 1930년대에 태어났다는 작가의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악한 것들은 살짝 미뤄두고 긍정적인 것만 보고, 현실적이지 못한 고루한 노인일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사실 선배언니가 박완서씨의 소설책을 건네 줬을 때 그다지 감흥이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선배가 한국에서부터 날라다 준 책이니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의무감 정도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두 편은 일기를 쓰듯이 속마음을 풀어낸 글들로 이 책이 소설책이 아니라 산문집이라고 착각을 하면서 읽어 나갔습니다. 본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이렇게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써도 되나 걱정까지 하면서. 세 편째에서야 '아, 이 책이 소설책이구나.'하고 깨달은 형광등 달팽맘.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이 번주에 블로그도 안 들락거리고 출 퇴근 시간 짬짬이, 그리고 퇴근 후에 책을 읽었습니다. 읽을 수록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단편이었지만 그 감동과 깊이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아가씨들의 이성과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이 아닌,
아줌마들의 억척스러운 생의 한 가운데 있는 보는 것만으로도 숨가뿐 생활력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모질게 살았어도, 순탄하게 살았어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야 얻어지는 연륜.
어떤 일에도 '그럴 수도 있겠군.'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
체면치레나 금기를 넘어선 인생에 대한 솔직담담한 자세와 사고.
충격적이고 자극적일 수도 있는 소재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속에 넣고 풀어가는 작가의 노련함이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서 좋네요.

몇 권 더 박완서씨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 졌습니다.
여태까지 편견을 가지고 책장을 펼쳐보지 않았던 책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이 분의 책을 보고 싶네요.
박완서씨가 31년생이시니 이 소설들을 쓰셨을때 이미 일흔이 넘어선 나이였군요.
제 나이 일흔에 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상상도 살짝 해봅니다.

그 때 나도 삼십대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 박완서씨가 위대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책 속에서

* 수록 소설

그리움을 위하여
그 남자네 집
마흔 아홉살
후남아, 밥 먹어라
거저나 마찬가지
촛불 밝힌 식탁
대범한 밥상
친절한 복희씨
그래도 해피 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