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가족 마닐라 여행

미션 세번째/ 아이와 함께 추억여행

달팽군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첫(?, 홍콩 빼고요..^^)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필리핀 마닐라.
세부항공을 타고 홍콩에서 마닐라로 갑니다. 비행기가 작고, 기내식도 딸랑 빵한조각과 말린 망고만 줍니다. ㅠ,ㅠ 
그래도 맛나게 먹으면서 가는데, 영화도 안틀어 줍니다. 할 수 없지 하고 포기하는데,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movie 어쩌구 저쩌구" 하길래 영화를 보여주나 했더니, 승무원들이 기내 앞쪽에 서서 뭔가를 말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 손들고 대답하고, 맞추니 비행기 인형을 줍니다. 
상황파악을 해보니, 영화를 틀어주는 게 아니라 영화퀴즈를 해서 상품을 주는 겁니다. 와하하~ 이런 비행기 처음이야. 
티켓이 싸기는 했지만 이럴 줄이야. ^^ 
비행기 인형을 너무 가지고 싶어 하던 달팽군에게 아빠가 영화제목을 맞춰서 상품을 타줬습니다. 아빠, 짱!


 
다음날은 오전에는 팍상한 폭포로 떠났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보니 역사적인 곳들보다는 몸으로 움직이고 자연의 다양한 체험을 하는 곳으로 일정을 짰습니다.



형아가 우리 세명이 탄 배를 끌고 상류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밧줄로 잡아끄는 뗏목을 타고 팍상한 폭포를 맞으며 안으로 들어갑니다. 먼저 달팽부자가 들어갑니다.
물벼락 세례를 받고 깜짝 놀라서 달팽군은 아빠한테 꼭 안겨서 나옵니다.
엉엉 울면서 돌아왔습니다. 하하하. (미안하지만) 그것도 귀여워. 다 큰 달팽군, 이제는 이 사진만 보면 매우 싫어합니다.
이제는 폭포가 하나도 안무섭다면서...

  


강 근처에서 점심도 맛나게 먹었습니다.
우리입맛에도 잘 맞는 필리핀의 대표음식 아도보도 먹어봤어요.
오버하며 맛있게 먹어주는 두 남자.



팍상한 폭포에서 한번 놀란 달팽군, 따가이 따이 화산에 가서 한번 더 놀라서 울고 맙니다. 날씨가 안개끼고 추적추적한 우울한 날씨였는데,
말을 타는 곳에 도착하자 서너살부터 열살정도 되는 얼굴이 검고 깡마른 꼬마아이들이 십여명이 우리 주위로 달려들어 우리가 한국사람인 걸 알고서는 "우비""우비""우비"라고 웅얼가리며 우비가 든 봉지를 우리에게 들이밉니다. 공격적이거나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우울한 날씨와 함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비쳐져서 아이가 깜짝 놀란 것 같습니다. 한참 우는 아이를 간신히 진정시키고 화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간간히 연기가 나는 땅을 보고 있으니 지구가 정말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달팽군 부자가 둘이서 말을 타고, 달팽엄마는 혼자서 말을 탔습니다. 달팽엄마는 나즈막한 능선이 부드럽게 펼쳐지고 저 멀리에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말을 타고 걸으니 왠지 영화속 주인공이 된 듯 분위기에 젖어듭니다. 달팽아빠는 겁나하는 달팽군이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신경쓰며 말을 타느라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도 적응되고 나서 내릴때 쯤에는 달팽군이 혼자서 말을 타겠다느니 하는 용기를 보였습니다.



셋째날 아침에는 온 가족이 호텔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겼습니다. 아무도 없는 호텔 수영장에서 한가로히 수영을 하는 건 역시 즐겁습니다. 카톨릭 국가답게 호텔안에도 작은 성당이 있네요. 수영장 옆이라 수영장 찾다가 발견하고는 사진도 한장 찍었습니다. ^^ 성당에서 수영복이라 좀 불경하네요..



오후에는 마닐라 시내를 구경하고 다녔습니다. 유명하다는 오래된 성당과 유적지를 돌아다녔는데, 배경지식이 별로 없으니 그다지 감명깊지는 않았습니다. 그것보다 마닐라의 대중교통수단인 개조한 자동차인 <지프니>구경이나 졸리비 치킨을 먹는 게 더 즐거웠습니다.



저녁때는 현지 사람들이 주로 다닌다는 쇼핑몰에 가서 푸드코트에서 밥도 먹고, 슈퍼에서 장도 봤습니다. 역시 현지에서는 관광지보다는 현지인들이 생활하는 곳을 돌아보는데 더 많이 배우고 느낍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 가족이 마닐라 여행을 기억하는 일순위는 바로 해산물 요리! 호텔앞에서 흥정해서 잡아탄 택시기사 아저씨가 사람이 너무 좋았는데, 관광객들이 가는 시푸드 음식점을 가려고 했더니 현지인들이 가는 수산물시장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습니다. 좋다고 따라갔는데, 처음에는 허름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시장앞에서 구걸하는 아이들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시장에서 해산물을 직접 산 후 식당에 가서 조리비를 내주면 음식을 해주는 구조네요. 랍스타 마늘버터 구이, 새우튀김, 매콤 달콤한 소스의 게 요리 등등 해산물로만 우리 세 식구와 운전사 아저씨가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비용은 HKD 200 정도였으니(지금 환률로 3만6천원) 엄청 저렴했습니다. 사르르 녹는 새우튀김은 여태까지 일본, 홍콩, 한국 어느 곳을 통틀어서 가장 맛있는 새우튀김으로 기억된다. 달팽부부는 저 해산물 요리를 먹기 위해서만이라도 다시 마닐라에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으니...



따가이 따이 화산 가는 도중에 잠시 쉬면서 휴게소 앞에서 사마신 두부음료수도 괜찮았어요. 달팽아빠는 배탈난다고 먹지 말라고 했지만, 도전정신 투철한 달팽맘은 기필코 한잔 사마셨죠. 순두부에 얼음과 sago를 넣고 시럽을 약간 넣은 것 같은데, 위생상태만 괜찮다면 괜찮은 웰빙 간식이 될 것 같은 음료수입니다. 홍콩의 디저트랑전문점 탕조의 메뉴와도 좀 닮아 있네요. ^^



마닐라는 치안이 비교적 불안한 나라여서 아이와 함께 가는 걸 고민했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 만큼 험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딜 가든 위험한 곳, 위험한 시간을 피해다니고 위험한 나라에서는 비용보다는 안전을 우선 고려하면 그래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고 하죠. 가족끼리 함께 하는 야영, 친척 집에서 자고 오는 것, 다른 나라로 여행하는 것, 집에서 떠나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면 아이들은 부쩍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배낭 짊어진 우리가족의 여행은 쭉~ 계속 됩니다. ^^  



여행가면 달팽부자가 제일 좋아하는 입크기 재기 놀이입니다. ^^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