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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4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19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카테고리 아동
지은이 J.M. 바스콘셀로스 (동녘,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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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독후감을 쓰기위해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쯤에 이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제제였다는 것과 뭔가 슬픔과 가난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 제목이 예쁘게 느껴졌던 것등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지지난주에 달팽군이 학교에서 귀여운 꼬마가 그려진 2007년 개정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빌려 왔습니다. 달팽군은 주말내내 책을 읽었고, 그 나이때의 저처럼 독후감을 써서 제출했습니다. 

* 달팽군의 독후감입니다. 

책 내용보다는 자기가 태어나서 읽은 책 중에 가장 페이지수가 많았다는 것에 더 의의를 두는듯 합니다. -_-;;; 독후감을 길게 쓰고 싶어하지 않길래 대화로 어떻게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 봤더니, 자기처럼 야단맞는 제제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제제가 주위사람들에게 욕하는 장면을 왜 그렇게 통쾌해하면서 자기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지... 녀석, 사는 게 힘들었나 봅니다. 

그러다가 어제 출장 다녀오는 기차안에서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일본인 동료가 옆에 앉아 같이 책을 읽었는데, 창피해서 몰래 몰래 눈물을 훔치다가 결국 티슈를 꺼내서 눈물도 닦고, 코도 풀고 말았습니다. 제제의 순수한 마음과 그걸 알아주기엔 너무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이 왜 그리 슬픈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책 속에 줄 친 구절들>


다섯살짜리 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 부모와 주위사람들로 충분히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하고, 살기 위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 똑똑하고, 감수성이 예민해서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도 보는 눈을 가진 아이.
 
엄마가 되고 난 후에 읽는 이 글은 어린아이일때 읽는 글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네요. 제제는 어렸을때의 자신이기도 하고, 지금의 내 아이의 분신이기도 하고, 모든 사람들의 순수하고 때묻기 쉬운 유년시절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아이들이 읽고 이해할만한 이야기가 아닌데, 왜 초등학교때부터 추천도서에 올라있는 걸까요. 이 글을 읽고 동감하거나 이해한다면 그건 아이가 아닌 걸텐데.. 그리고 형제 자매도 없이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아이들도 이 글을 읽으면 감동할까요? 궁금해집니다.   
 
간만에 참을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책을 읽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좀 정화가 된 기분입니다. 조금은 아이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악의없이 한 아이의 행동에 화를 내고, 꾸짖기만 하는 권위적인 부모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순수한 아이의 영혼을 오래오래 간직하도록 지켜주면서 건강한 정신을 가진 어른이 되도록 기르고 싶습니다. 세상에 제제같이 너무 일찍 철드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지난6월 회사여행으로 태국에 갔을때 아유타야 유적지 근처에서 만난 여자아이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우리 아들보다 조금 어린 것 같은데, 관광객들이 버스에서 내리면 손에 연꽃을 쥐고 내밉니다. 한송이가 20바트였던 것 같습니다. 주위에 아이들이 많아서 몰려들게 무서워 (캄보디아에서 무서운 경험을 해서, 겁이 납니다.) 계속 피해다니다가 버스에 오르기 전에 동료에게 동전이 없냐고 물어서 빌렸는데, 가격을 잘못알고 10바트를 내밀었더니 20바트랍니다. 그래서 그냥 버스에 올랐습니다. 보통 호객행위를 하던 아이들은 사지 않고 그냥 가면 욕을 한다거나 화를 내는데, 이 아이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버스에 올라타서 나무그늘에 앉아있는 아이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이가 벌떡 일어나거나 도망갈 줄 알았는데, 카메라를 향해 수줍어하면서도 해맑은 미소를 짓습니다. 아이는 돈이 필요해서 장사를 하지만, 때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때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한게 가슴이 아파 구두통을 매고 하루종일 일을 나섰던 제제의 모습에서 이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호화로운 자동차에 앉은 부인이 구두를 닦지는 않았지만, 돈을 쥐어주려고 하자 자기는 구두를 닦아서 돈을 버는 노동을 하는 것이지 거지가 아니라며 뒤돌아서던 제제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노동이 아닌 놀이를 하면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만만치 않지만, 세상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을만큼 등이 단단해 질때까지는 어른들이 잘 보호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삶에 고단한 아이들이 없어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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