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 소중한 이름.

달팽군에게는 외삼촌이 두 명입니다. 달팽맘에게는 남동생만 두 명 있기 때문이죠.
작년에 결혼한 큰 외삼촌은 호주 멜번에서 살고 있고, 이번에 결혼한 작은 외삼촌은 소래 근처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게 되었죠.
멀리 살고 있는 식구들이 다 모이는 건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
다들 밀린 일과 친구만나기를 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면 밤 열두시에 가까운 시간이지만, 이렇게 다시 몰려 들어 수다를 떱니다.

이 밤의 컨셉은 군만두와 와인.
 



 
"어, 이건 쪄먹는 만두 전용 아니야?"
"먹어, 그냥. 배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
"잔이 모자라."
"와인 잔에 마실까?:"
"이렇게 주둥이가 벌어진 건 와인잔이 아니야. 그냥 쥬스나 따라 마셔."
"살찌겠다."
"소주도 있어."
"맥주는?"
"과일은 없나?"
"에이. 이리 내놔. 와인은 이렇게 따르는 거야. 마무리는 요렇게 조여주면서."
 
와글와글. 한밤중에 난리가 났습니다.
세 내외가 달라 붙어서 상을 차리는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죠. 정신이 없네요.
그래도 전혀 개의치 않고, 울 엄마는 뜨게질을 하고 계십니다. 막내 며느리의 쇼올을 뜨고 계신데,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한 열번은 떴다 풀렀다 반복을 하시네요. 하늘하늘하고 반짝반짝한 예쁜 쇼올입니다. 완성품 사진을 못찍었네요. 아쉬워라.


한국가기 한달전쯤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제 것도 쇼올을 떠주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고민하던 엄마의 전화였죠. 결혼식이 얼마 안남았으니 막내 며느리 걸 먼저 떠야 겠는데 괜찮겠냐는 겁니다. 달팽맘의 대답은...

"에이구, 아줌마. 뭘 고민하세요? 나야 멀리 바다 건너 있는데 당연히 바로 옆에서 같이 놀아주고 챙겨줄 사람걸 먼저 떠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껀 됐으니까 막내꺼나 떠줘요."

그 한마디가 엄마에게는 매우 고마웠나 봅니다. 역시 딸이랑 며느리는 다르다며 같이 일하시는 아주머니들께 자랑을 했다네요. (별걸 다 자랑하는 엄마의 마음.) 어쨌든 한국 가보니, 엄마가 막내며느리에게 쇼올뿐만 아니라 빨간 베레모, 조끼, 목도리 예쁜 세트까지 떠주셨더군요.

막내며느리도 그걸 잘 입어주고, 심지어는 시엄마가 떠주신 거라고 패물과 함께 함에 담아가서 자랑을 했다네요. 값을 따지지 않고 마음을 받아주는 예쁜 마음이 고맙네요.


상을 차려 놓고 둘러 앉아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나눕니다.
앞으로 몇 년간 집안 대소사 이야기, 각자 사는 이야기, 다음에 언제 만날까 하는 이야기.
 
가족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달팽군에게 외삼촌 둘 외에도 외숙모가 둘 더 생겼고, 내년엔 큰 외숙모 뱃속의 '냉면(태명)'이 태어납니다.
혈연에 의한 것이든, 혼인관계에 의한 것이든 가족의 확장은 축하할 일이겠지요.
 
가족이란 울타리는 너무 가까워서 어려워지기도 하고, 그렇지만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는 든든한 방어막과 지원군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남들은 손가락질을 하는 일을 했을지라도 가족들은 이해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여줄 것 같
은 안도감.
절망의 끝에서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영혼의 안식처.
내면의 상처와 약한 부분을 드러내놓고, 바득바득 소리치며 싸우고 미워하다가도 뒤돌아서서 괴로워하는 뒷모습이 안스러워 걱정되고, 용서하게 되는 관계.
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알고 있고, 성장과정을 지켜봐왔고, 앞으로도 평생 서로를 생각할 우리는 가족.

이번 한국 여행에서는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돌아왔습니다.
내가 많이 잊고 있었던, 챙겨야 할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가까워서 고마운 줄 몰랐던 내 사람들.

 너무 다정한 큰 삼촌 내외입니다. 


그리고 뱃속의 달팽군 동생 냉면이...



요건 에버랜드에서 산 냉면이를 위한 선물.
발싸개, 넘 깜찍하죠? 요 밑에 배경이 된 하얀 바탕이 바로 엄마가 뜨신 막내네 쇼올이예요.
부들부들한 감촉이 따뜻하고 좋아요.



아직도 철이 없어 달팽군과 수준을 잘 맞춰주는 귀여운 둘째 외삼촌 내외입니다. 결혼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사기사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멋진 모습만 공개합니다.



시간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미워하고, 원망하며 힘들어할 시간이 없습니다.
사랑하고, 보듬고, 도와주면 평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신께서 부르시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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